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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개념들은 법이 설명하는 다양한 상황들과 어우러지면서 단편적이지 않은 해법을 제시해 준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법학에서 활용되는 경제학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독점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이 마인지 혹은 손해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경제학의 계산법을 빌려오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1960년대를 기점으로 법학의 다양한 영역에서 경제학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경제학이 법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해당 법을 제정했을 때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가에 있다. 음주단속에 세 번 적발된 사람에게 면허를 취소하는 법을 만들면 음주운전자가 실제로 줄어드는지, 담합을 모의한 기업들 가운데 자진 신고한 기업의 경우 과징금을 면제해주면 담합행위가 감소하는지 등에 대한 명쾌한 답을 원한다. 법이란‘정부의 제재에 의해서 강제되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경제학, 법의 효과에 과학적 근거 제시 법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답변의 근거로 법률가의 직관과 과거의 사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학은 달랐다. 경제학은 치밀한 수학적 계산과 논리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학문으로, 법을 통한 제재가 인간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인 이론을 제공했다. 이들에게 제재란 ‘가격(price)’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듯 처벌의 강도인 제재가 강해질 때 위법한 행동을 줄이게 된다고 본다. 이는 분명 직관보다 우월한 근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법학과 경제학의 만남은 이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 경제학의 개념들이 법이 설명하는 다양한 상황들과 어우러지면서 단편적이지 않은 해법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법학과 경제학의 만남은 최근 들어 가수, CEO 등 유명인들이 주인공이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마약 관련 이슈들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마약하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수식어는 ‘중독(addiction)’이다. 중독이란 라틴어 ‘Addicene’에서 유래한 단어로 고대 로마에서는 노예가 된 사람을 의미했다. 이렇게 마약의 노예가 된 자들은 그 가격과 관계없이 마약을 필요로 하며, 마약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 범죄로 연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수요를 ‘비탄력적 수요’라고 한다. 가격이 변화하더라도 수요의 변화는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가격의 탄력성이란 가격이 변했을 때 수요가 얼마만큼 변하는지를 나타낸다. 마약중독자들의 경우 마약의 가격이 높아져도 마약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마약에 대한 수요는 비탄력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약 관련 범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마약 유통을 담당하는 밀수범들에 대해 형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철저한 마약단속은 분명 마약 밀수 규모의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마약에 대한 수요는 변하지 않는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감소하는 재화의 가격은 상승하게 마련이다.결국 마약 가격은 단속 이전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마약에 대한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는 점이다.그 결과 마약 중독자들은 마약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이는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한편 마약 밀수자들은 높아진 마약 가격 덕분에 예전보다 적은 횟수의 거래를 성공하더라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강해진 감시와 처벌에도 불구하고 마약 밀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된다. 결국 마약 범죄 근절을 위해 만든 법률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이론적 결론을 확인할 수 있다. 양형기준에서 경제개념 찾기 경제학자들은 마약 범죄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마약의 합법화를 주장한다. 마약을 합법화 할 때 마약판매 수입이 감소해 마약밀수의 매력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이다. 마약을 합법화하고 정부가 직접 중독자들에게 마약을 거의 공짜로 무제한으로 제공할 경우 수요는 그대로이지만 공급이 무제한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이제 마약중독자들은 마약대금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대신 보건 당국에 신고만 하면 된다. 또한 마약밀수업자들의 수입은 급감해 마약 밀수에 매력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마약의 합법화가 마약 범죄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러한 제안은 실제 독일에서 실시된 바 있다. 1997년 프랑크푸르트시(市)는 4개의 ‘마약 주사방’을 운영하며 하루 평균 약 650명에게 마약을 무료로 제공했다. 3년이 지나자 하루 평균 20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마약치료를 요청하기에 이르렀으며, 마약 관련 범죄와 사망자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획기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마약류관리법이 정한 양형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의 근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경제학은 명확히 알 수 없었던 법적 제재의 효과를 명쾌하게 알려준다. 물론 법과 경제학의 만남으로 법학의 한계만이 보완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설명해주는 현실사례와의 결합으로 인해 교과서 내에서만 존재하는 듯한 경제개념들이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결국 법경제학은 두 학문의 장점을 접목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법과 경제의 만남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며 범죄예방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