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계산기
목돈만들기
평수계산기
유머/휴식공간
생활금융정보 유머/휴식공간
기부의 경제학

경제학에서는 기부를 어려운 불우이웃에게 경제적 도움을 줌으로써 자신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 어려운 이들과의 나눔을 통해 도움 받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도움을 주는 사람도 행복한 상황을 단순한 모형으로 잘 설명한다. 이처럼 경제학에도 이타적인 행위를 분석하는 모형이 존재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경제학은 차갑고 냉정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경제학이란 학문이 기본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이런 인식이 생긴 것 같다. 효율성이란 최소의 비용을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달성하려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요소를 없애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윤극대화를 위해 임금이 오르면 기업은 노동투입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자본투입을 증가시킨다고 가르친다. 이때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근로자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들 가운데는 몸이 아프신 노부모를 모시고 있거나 어린 자녀들을 둔 가장들도 있을 텐데 이들이 해고됐을 때 받게 될 고통에 대해선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참 피도 눈물도 없는 학문처럼 여겨진다.

 


경제주체들이 이기적이라면 기부행위는 무엇일까?


그런데 이는 경제학의 학문적 성격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경제학에서 분석하는 경제주체들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에 기인한 문제이다.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경제주체들이 이기적이라고 가정한다. 이기적인 소비자와 기업이 각각 자신의 효용극대화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과 결과를 분석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소득수준에서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소비를 하고, 기업은 노동과 자본을 적절하게 투입해서 가장 이윤이 많이 남을 만큼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는데 이러한 최적소비와 최적생산이 이뤄지면 개인적 차원에서도 효율성이 달성될 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자와 기업이 모여서 형성되는 국가경제 전체에서도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된다고 가르친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기적인 경제주체들만을 가정한다면 경제학으로는 이 사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기부행위를 생각해보자.


기부란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타인을 위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의 소득을 기꺼이 내놓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기적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이라고 돼 있는데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부를 할 유인이 없다. 물론 기부를 통해 자신의 명예와 위신이 올라가고 오로지 이를 목적으로 기부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이기적인 개인만을 가정해도 기부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타적인 사람들도 매우 많이 있고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과연 이타적인 사람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이들을 분석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경제학에서도 이타적인 개인을 상정하고 분석을 수행한다.


렇다면 경제학에서는 과연 이타적인 사람의 경제적 행위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이를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식에서 Ui는 i라는 어떤 사람의 효용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사람(i)의 효용은 자신의 소비(ci)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j)의 소비에도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 αi는 i가 j를 걱정하는 정도, 즉 j에 대한 i의 이타심을 나타내는 파라미터이다. 즉, 여기에 αi가 등장함으로써 i라는 사람이 자신의 소비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소비도 함께 걱정하는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αi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욱 이타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보통 αi가 1보다는 작다고 가정한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처럼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소비에 대한 가중치가 더 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만약 j의 형편이 어려워 소비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이고 i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위와 같은 효용함수를 가지고 있는 i는 기꺼이 j에게 자신의 소득 일부를 이전하려고 할 것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라 i는 j에게 소득을 이전해 자신의 소비를 줄이고 j의 소비를 증가시킴으로써 자신의 총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경제적 도움을 줘 자신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행위


기부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j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의미하는데 위의 모형을 적용한다면 경제학에서 기부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 수 있다. 즉, 경제학에서는 기부를 어려운 불우이웃에게 경제적 도움을 줌으로써 자신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행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경제모형의 참다운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이들과의 나눔을 통해 도움 받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도움을 주는 사람도 행복한 상황을 단순한 모형으로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즉, 경제학에서 기부를 바라보는 관점은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우리 선조들의 옛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경제학에도 이타적인 행위를 분석하는 모형이 존재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타심은 특히 가족 간에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 모형에서 i가 부모이고 j가 자녀라고 하면 이때 αi의 크기는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의 크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 연구 중에는 남자들과 여자들 중에 누가 더 이타적인지 실험을 통해 분석한 연구도 있는데 성별에 따른 이타심의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나의 효용함수에 다른 사람의 효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타인의 효용을 내재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고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공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사회적인 갈등은 결국 서로 다른 목적함수를 가진 집단들의 대립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어려서부터 키워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이타적인 개인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모형을 중고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


경제학이 냉정한 학문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글을 통해 적어도 이기적인 학문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