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특정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적절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처벌의 형태를 징역과 벌금 중 어느 것으로 제시하는 것이 해당 범죄 행위를 막는데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제공해 준다. 우리가 흔히 로펌(law firm)이라고 부르는 법률회사는 전문변호사들로 구성되어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회사를 말한다. 이러한 로펌은 법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변호사, 변리사 등과 같은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로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문가 집단이 있으니 다름 아닌 경제학자들이다. 경제학적 논의 속에서 수립된 법률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은 도대체 법률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실 경제학은 법과 제도 분야가 발달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던 학문이다. 일례로 법과 제도의 주된 기능 중 하나는 사회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각 경제 주체들의 행위가 내포하고 있는 특성을 경제적 관점에서 명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서 여러 행위를 수행할 때, 그 과정에서 유발되는 비용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편익을 비교하여 결정하곤 한다. 물건을 얼마만큼 살지 결정할 때도, 지하철을 탈지 택시를 탈지 선택할 때도, 대학을 갈지 취업을 할지 고민할 때도 각각의 행동이 내포하고 있는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게 된다.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는 행위는 범죄를 저지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야생동물을 밀렵해 판매하는 밀렵꾼이나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람, 하천에 몰래 폐수를 버리는 공장 주인 모두 해당 행위를 통해서 기대하는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따라서 특정 범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대되는 편익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도록 법률적 처벌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경제학은 특정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적절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중요한 근거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처벌의 형태를 징역과 벌금 중 어느 것으로 제시하는 것이 해당 범죄 행위를 막는데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불법행위 관련 법규나 형사법 등은 경제학적 논의 속에서 수립된 내용들이 많다. 경제학이 법률 분야에 기여하는 방식은 더 있다. 개별 경제 주체들의 법률적 분쟁의 결론을 도출하는 데 있어서도 경제학은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공해 준다. 인근 공장의 매연으로 인해 커다란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이 있다면, 해당 주민들에게 얼마의 피해 보상액을 지불해야 하는지 결정할 때 경제학이 필요하다. 사고를 당한 유가족에게 얼마의 피해 보상액을 지급해야 하는지 결정할 때도 경제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받은 피해를 기업이 보상해야 할 때 적정 금액 역시 경제적 접근을 통해 결정된다. 이처럼 경제학은 계약과 소송 관련 법률 문제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법을 이해하는 데 경제학과 통계학이 주효 법률 분야에 있어, 경제학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개인에 국한하지 않는다. 기업들 역시 산업 규제 및 공정거래 관련 법적 분쟁에 있어 경제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가져 해당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을 먼저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여타 경쟁기업들이 해당 기업의 가격 결정으로 인해 경제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논의들은 경제학의 도움없이는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며, 오늘날 기업 소송에서 경제학자들이 적극 개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법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1991년과 92년에는 경제학적 방법을 통해 법과 제도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론을 규명해 낸 로널드 코즈(Ronald Coase)교수와 게리 베커(Gary Becker)교수에게 노벨상이 주어졌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대학 법학과에는 최소한 한 명 이상의 경제학자들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법대생들에게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버드를 비롯한 예일, 시카고 등 많은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법학과 경제학 두 분야에서 공동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의 홀메스(Oliver Wendell Holmes)교수는 “지금은 법을 이해하기 위해 법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미래에는 법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과 통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경제학은 법과 제도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 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경제학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해 주고 있다. |